지난해 지역대학에서 수도권대학으로 편입한 학생은 7265명. 많은 학생들이 ‘서울 드림’을 찾아 지역대학을 떠나고 있다. 각 지역의 서울대라 불리는 지역거점대학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970~80년대, 지방에 거주하는 우수 인재들은 자기 지역의 거점 국립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1986년 대입 배치표를 살펴보면 부산대·경북대는 소위 SKY라 불리는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7년 배치표에선 동국대·건국대 그룹에 속했다. 그만큼 지역거점대학의 위상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지역거점대학이 침체된 원인에 대해 ‘수도권 집중화’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지역거점대학들의 침체 원인은 대학 자체에 달려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은 대부분 그 지역 경제력에 따라 위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지역거점대학도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일어나면서부터 그 위상이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70~80년대 이후, 주요 산업이 금융·서비스업으로 바뀌면서 집적요인이 중요해져 금융 서비스산업 인프라가 몰려있는 수도권 대학에 입학유인이 강해졌다. 또한 96년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지방대학은 자유롭게 설립이 가능해 그 수가 늘어난 반면 수도권은 팽창 규제 정책으로 공급이 묶여있어 수요·공급 측면에서도 수도권 대학이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지난달 16일 침체된 지역거점대학을 살리기 위한 ‘지역대학 발전 방안’과 지방대의 우수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대학 편입학 모집 규모 축소를 골자로 하는 ‘대학편입학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또 내년까지 ▲지역인재에 대한 국가지원 장학금 비율 70% 확대▲공공기관 채용 비율 30% 확대▲2025년까지 국립대 교수 충원 100% 달성 등의 지원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최종 시안을 국립대학발전추진위원회,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후 오는 6월에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과부가 제시한 정책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이번에 교과부에서 내놓은 편입학제도 개선방안은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 편입학 정원을 축소한 정책은 2006년에 이미 실시됐는데 별 실효성이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대학으로의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은희 연구원은 “교과부에서 평균 78%에 불과한 열악한 교원확보율을 2025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재정확충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립대 정원 축소를 통해 달성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비싼 등록금 문제로 국립대 비율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지역대학 발전 방안을 내놓았으나 지역대학이 발전하기 위한 재정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 공교육비는 국내총생산(GDP)의 0.6%로 OECD 평균(1.0%)의 60% 수준이다. 게다가 부족한 정부예산도 일부 대학에 집중된다. 지난해 서울대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이 5897억 원인데 반해 국립대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지원을 받은 경북대는 그보다 2.5배 적은 2126억 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역거점국립대학은 사립대에 비해서도 국고 지원이 적다. 지난해 연세대, 고려대는 정부지원금을 1457억 원, 1269억 원을 받은 반면 서울대를 제외한 8개 지역거점대학의 정부지원금은 평균 약 547억 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지역거점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지역거점국립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고지원금을 최소한 수도권 수준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류지성 선임 연구위원도 “지역거점대학을 살리려면 우수학생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거점대학으로 향하도록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여건을 갖춰야 한다.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정문제인데 중앙정부에서의 재정지원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거점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 뿐 아니라 지자체와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류지성 선임 연구위원은 “지역거점대학 설립의 본래 취지는 지역밀착형 연구와 광범위한 학문 분야의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와 산업을 견인하는 것이다. 국내 지역거점대학들이 수도권 대학에 비해 급속도로 퇴조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소재 기업과의 산학협력 협약을 적극 체결하는 등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발전 취지와 부합하는 방향으로 우수 학생 유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문화된 교육과정운영을 모토로 이수학점을 강화하고 지역밀착 산학협력 강좌를 신설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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