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고 맑은 바다 위로 보이는 검고 푸른 구멍. 신기함을 넘어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마저 들게 만드는 이 구멍이 바로 블루홀(Blue Hole)이다. 바다의 블랙홀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경외심마저 들게 하는 아름다움 덕택에 세계의 수많은 다이버들이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는 로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블루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다이버들의 사망사고로 인해 다이버들의 무덤이라는 별명 또한 가지고 있다.
  다이버를 향한 위험한 유혹, 블루홀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해수면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시기에 석회암이 물에 의해 침식돼 거대한 통로와 동굴이 생성됐었다. 이후 빙하가 녹으며 상승한 해수면은 이 구멍을 바닷물로 채우게 되고 그것이 곧 지금의 블루홀이 된 것이다. 혹은 현재 지형을 형성하고 있는 석회암이 침식돼 기존의 해저동굴 등이 무너져 내려 형성되기도 한다.
  블루홀은 위치에 따라 크게 해양 블루홀과 내륙 블루홀로 나뉜다. 먼저 바다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수중 동굴을 해양 블루홀이라고 한다. 끊임없는 조수의 움직임에 노출돼 있으며 많은 해양 생물의 서식지로 기능한다. 내륙 블루홀은 내륙 내에 위치하는 것이다. 내륙의 블루홀은 밀물 썰물 등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동굴의 위쪽은 빗물로 형성된 담수층, 아래층은 염도가 높은 해수층으로 물의 화학적 성질이 뚜렷이 구분되는 층상구조를 이룬다.
  바하마 제도는 수 천개의 블루홀이 존재하고있어 수많은 다이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프랑스의 프리 다이빙 챔피언 기욤 네리는 오리발과 산소 마스크 없이 블루홀로 뛰어내려 다시 벽을 타고 올라오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기욤 네리의 다이빙과 블루홀의 아름다움을 담은 이 4분짜리 영상은 많은 네티즌들의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블루홀에서 죽은 다이버들 또한 수백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다이버들이 사망하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질소 중독이다. 질소에 중독되면 정신적으로 흥분하게 되고 깊은 바다 속에서 판단력을 잃게 돼 얼마나 깊은 지도 모르고 다이빙을 계속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심해 괴생물체에 의한 사망이다. 심해를 형성하고 있는 블루홀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해생물이 살고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유리 립스키의 블루홀 탐사 영상에서 언뜻 비치는 괴물체는 이러한 추측이 힘을 얻는데 한몫 했다. 세 번째는 하강조류이다. 하강조류는 인간의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힘으로 1분에 30m의 속도로 끌고 내려가 결국 질식사에 이르게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유리 립스키의 사망 원인으로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유리 립스키가 마주한 하강속도는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속도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블루홀은 많은 산호들과 100여종이 넘게 서식하는 물고기들 등으로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하강조류 등에 대처할 방법이 없어 블루홀의 정확한 구조와 형성원인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간직한 스쿠버들의 천국. 블루홀에 대한 연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정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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