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남형 교수 토목공학과

  차안대(遮眼帶, Blinker)란 경주용 말이 측면이나 후면을 볼 수 없도록 말의 눈 부위에 장착하여 앞만 보고 달리게 하기 위한 기구이다. 정해진 한 개의 트랙을 경쟁마보다 빨리 달려야 하는 경주마 입장에서는 훌륭한 기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만약 풍성한 나무를 키워 울창한 숲을 가꾸어야 하는 청년, 우리 대학생들에게 이러한 차안대가 씌워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창의적, 진취적, 역동적이라는 단어의 존재가치가 희미해지면서 걱정이 앞선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청운의 꿈을 품은 신입생과의 설레는 면담이 시작되었다. 꿈에 대해 물었다. “9급 기술직 공무원으로 취직해서 공무원 동료 여성과 결혼하고 편하게 철밥통을 차고 사는 것”이란다. 어이가 없었다. 허탈해졌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고 전공도 정해주셨다.” 자신의 꿈과 인생을 이미 부모님 뜻에 맡겨버리고 차안대가 씌워진 경주마가 된 것이다. 교양과 전공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대학생활 후 달라질 나의 모습과 능력에의 기대감도 없이 오로지 9급을 향한 소극적이고 정적이며 획일적이고 오류투성이인 대학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선생으로서 차안대를 제거해 주려고 몇 년을 노력했으나 찰거머리 같이 벗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신입생의 경우이다. 본인이 소속된 전공은 5개의 소전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에서 자기는 특정 한 개의 소전공을 하고 싶단다. 그러면서 모든 수업을 그 특정 소전공을 중심으로 계획하려고 한단다. 이 학생 역시 타인의 의사에 의해 스스로 차안대를 차고 그것이 마치 자신을 위한 최적의 트랙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ㅈ”자도 모르면서 말이다. 관련 학회에서는 공학교육인증 자격 조건으로 적어도 4개 소전공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고 있는데, 자신은 객관적인 최소의 자격조건을 무시하고 자기 자신만의 경주용 트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들이 꿈을 키워나가고 자신의 능력을 찾고 극대화하는 곳이다. 자신의 능력을 찾고 계발하기 위하여 맨땅에 헤딩(?)도 불사하면서 많은 실패도 경험하고 심각한 좌절감도 느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트랙을 만들기 위해 대학생활을 하면서 겪는 실패와 좌절감은 어느 누구도 흉보지 않으며 트랙에서 얻어질 열매의 당분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전공을 불문하고 학부를 졸업하게 되면 전공분야든 비전공분야든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다. 아니 충대인이라면 진출하여야 한다. 졸업하는 시점에는 내가 문을 열고 꿈을 향한 경주에 참여할 수 있는 많은 트랙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트랙이 많으면 많을수록 꿈의 달성을 위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최단 경주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풍성한 나무의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차안대가 계속 씌워져 있다면, 즉 대학생활을 하면서 만들었던 단 한 개의 트랙에 문제가 생겨 진입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는 굳게 믿고 만들었던 단 한 개의 트랙보다 자신의 능력이 더욱 빛날 수 있는 또 다른 트랙들이 있음을 졸업시점에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충대생이여! 혹시 나에게도 차안대가 씌워져 있지 않을까? 자신도 모르게 씌워진 차안대를 벗어 던지고 앞만 보지 말고 주변도 바라보면서 내가 뛸 몇 개의 트랙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충대생이여 야망을 가져라!”가 가슴 속에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