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이스트 학생이 또 자살을 하였다. 유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전에는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는데… 요즘에는 열정을 내보려고 해도 순수성이 사라져서 힘이 나지 않네요. 그저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엄마, 아빠, 동생… 사랑합니다.” 친구들에 따르면, 김 씨는 입대 전부터 ‘공부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진로 고민을 하곤 했고 복학 후에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봄에도 학생 네 명과 교수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카이스트는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목되었던 여러 조치들, 예를 들어 학부생 등록금 성적차등 징수를 이미 폐지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건이 벌어졌으므로 충격은 매우 클 것이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경쟁을 강화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 대학은 취업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이런 문제를 야기했다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위의 학생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왜, 무엇을 위해 그렇게 하고 있는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고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반대 시각도 존재한다. 대학생들은 대학을 나오면 취직을 해야 하므로 가능한 한 열심히 대학 시절에 공부해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기능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우대받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왜,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가는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카이스트의 상황은 우리와 매우 다르지만 완전히 ‘강 건너 불’은 아니다. 현재 국립대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선진화 방안, 성과누적 연봉제 등은 모두 경쟁을 강화해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목적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이슈들이 현재 국립대 내에 긴장을 야기하고 있고 향후 더욱 큰 긴장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문제가 첨예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교과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총장을 뽑고자 한다는 음모론적 시각이 존재할 정도로 이 문제가 대학 내에 야기하고 있는 논란은 적지 않다.
  그러나 교과부가 제시하는 개혁을 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 자체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대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 대학개혁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각 차이가 해결되는 방식이다. 대학을 둘러싼 논란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대학 구성원들이 합리적이라고 믿는다면 결국 대화와 토론, 그리고 구성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의할 수밖에 없다.
  총장은 총장직선제 폐지를 중심으로 하는 MOU를 체결하고 난 이후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학칙 개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따라서 본부는 현재 교수회에 총장임용 방식과 절차를 위임하고 있는 학칙을 바꾸는 것에 먼저 구성원들의 대다수가 찬성하는지를 가급적 빨리 물어야 이를 둘러싼 혼란을 잠재우고 대학 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개혁방안 모색도 가능할 것이다. 이는 우리 대학의 미래와 관련하여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므로 반드시 본부와 구성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투명하고 공정하며,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