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김태영

  신촌에서 벌어진 잔혹한 칼부림 사건이 연일 이슈다. 40회가 넘는 난도질 끝에 장기가 쏟아질 정도의 깊은 상흔이 남았다는 부검결과를 기점으로, 잔혹한 10대와 오컬트 문화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밀물에 휩쓸려오는 여러 담론 중 주목할 부분은 왜 10대들이 요술, 주술 같은 비합리적이고 현실도피의 수단인 오컬트 문화에 빠졌느냐다.
  포인트는 가치의 해체다. 흔히 지금의 시대사조를 포스트모더니즘이라 한다. 탈중심을 통해 기존의 절대이념을 거부하며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다르다’로 써야 하는 표현 대부분을 ‘틀리다’로 사용하며 자신과 다른 것을 배격하는 문화를 개선하자는 담론이 형성된 이유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때문이다. 어느덧 우리의 사고 체계에까지 포스트모더니즘이 밀고 들어온 셈이다.
  이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흐름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심각한 가치의 혼란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틀린 것이 없는 사회’가 주는 막연함은 인간 본연의 불안감을 더욱 강화하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에서 별자리를 기준으로 삼고 나아가던 항해자에게 별자리는 절대적인 방향 기준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 항해자가 겪을 불안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이처럼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배가 어디로 향해야 육지에 닿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우리 세대에 심어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청춘은 아프다’ 등 세대론적 질병으로 규정된 청춘들의 불안정함. 체벌 문제 등으로 사제관계가 무너지며 더 극심한 혼란 속에 있는 10대 청춘. 이들에게 포스트모더니즘이 주는 가치의 해체는 오히려 새로운 중심을 강력히 원하게 했다. 극도의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중심에 대한 애착이 병적으로 깊어진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때문에 남자친구가 자신의 중심인 오컬트 세계를 무너뜨리려고 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같은 회원들에게 사주를 하고, 결국 끔찍한 참상으로 이어진 신촌 살인사건은 불안한 청춘이 날리는  경고탄으로 보아야 한다.
  이처럼 기존에 지켜오던 가치들이 해체되고, 여러 가치가 대립하는 사회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다양함도 좋지만 하나의 강력한 중심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기성세대는 그런 중심을 청춘들에게 제시해줘야 한다. 인생을 살아갈 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해답은 아니더라도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불안한 청춘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청춘들이 현실도피 수단에 매몰되며 경고탄 뒤에 있는 실탄을 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중심이란 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