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象牙塔)인가? 우골탑(牛骨塔)인가?

  대학을 가리켜 흔히 상아탑이라고 한다. 이는 세속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고독하게 예술만을 추구했던 19세기 프랑스의 예술지상주의자 시인 A. 드 비니를 평론가인 생트뵈브가 평가할 때, 사용한 말이다. 따라서 상아탑이란 본래 현실을 떠나 자세는 고고(孤高)하게, 성격은 관념적인 학문이나 예술을 탐구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러한 의미의 유래는 후에 유럽에 있는 대학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대학은 본래 최고의, 최상의 지식을 탐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생은 모두 지식인이었으며 고고하게 학문을 탐미하는 것이 그 역할이었다.
  이에 반해 우골탑이라는 말도 대학교를 지칭하는 말인데, 이는 직역하자면 소의 뼈로 쌓은 탑이라는 말이다. 즉 어렵던 시절, 시골에 있는 학생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소를 팔아야만 등록금을 마련해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대학을 빈정대며 대학이 학문을 탐구하는 곳이 아니라 단지 소를 팔아 세운 건물이라고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근래 대학생들의 생활을 보면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이 아니라 부모님이 어렵게 마련한 등록금으로 세워진 우골탑이라는 느낌만 든다. 일전에 충대신문에서 교재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대개의 학생들은 책을 제본해서 사용한다. 물론 형편이 힘들어 그렇게 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학생들은 술값이나 치장비로 들이는 소비에는 불만이 없다. 쉽게 말해 식사하는 돈도 아닌 카페에서 만원을 소비하는 일에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의 연구성과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책을 사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사실상 제본은 불법이다. 저자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이다. 이를 지키는 것은 정당하기보다 정상적인 일이 아닌가? 그런데 막상 자연대 앞에 있는 잔디밭, 일명 막동은 이맘때 쯤 항상 술병과 술자리 쓰레기로 널브러져 있다. 놀며 먹으며 마시기에 바쁘다. 또한 자신이 사용한 자리를 정리 정돈하는 것은 초등학생 때, 아니 그 이전에 배웠을 텐데 대학생인 지금도 그 기초적인 일을 못한다. 대학생이 대학생이 아닌 것이다.
  이와 반대로 도서관은 시험기간 때만 붐빈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시험기간에만 공부한다는 소리다. 평소에 독서를 한다거나 공부를 한다는 것이 비정상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열람실만 붐빌 뿐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일명 스펙 쌓기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만 시간을 투자한다는 소리이다. 대학은 국가가 공인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대학은 학문과 진리를 탐구 하는 곳이다. 반값 등록금, 책값 불만, 청년실업 등에 반발만 하기에는 우리의 모습이 당당하지 않다. 우리는 너무 쉽게 소비한다. 우리는 타인의 불행을, 고통을 그들의 잘못으로만 여기는데 우리는 경쟁으로만 삶을 채워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양과 인성을 쌓기보다는 스펙 쌓기에만, 타인과 공동체와 함께 삶을 공유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기에만, 의무를 이행하기보다는 내 목소리를 나의 바람을 주장하는 권리에만, 충실한 사람들이 아닌가? 한번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적나라하게 돌아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충남대는 과연 우리에게 상아탑일까? 아니면 우골탑일까?

  박두진 (사회학과·2)

  내부고발자, 내부의 적인가? 양심의 고발자인가?

  “그런 놈들은 아주 비열한 놈들이야.”
  과제로 내부고발자에 관해서 써야 한다고 말하자, 골똘하게 생각하던 한 선배가 말했다. 군대에서 꽤나 성실하게 지냈고 군기를 위해 한 행동으로 인해 영창에도 다녀왔다는(!)그. 그는 내부고발은 군 기강에 해가 되는 일이라며 무척 화를 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네가 나중에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밑에 있는 부하직원이 감히 너를 고발한다고 해도 넌 그걸 가만히 둘 거야?”
  한국 사회에서 내부고발자. 그들의 이야기는 진정으로 귀 기울여지지 않고 내부의 적이라는 형틀이 씌여진다. 지난 달 30일 퇴임을 앞둔 조현오 경찰청장은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언론에 보냈다. 상명하복의 검찰과 경찰의 관계에도 불구하고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씨를 처음 긴급체포했을 때 검찰이 승인하지 않았고, 압수수색·통신 영장도 모두 검찰에서 기각돼 수사를 계속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체포에도 이씨가 경찰 수사팀을 검찰에 고소하는 방법으로 검찰에 뇌물을 건네 구속되지 않고 불법 룸살롱 영업을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한 발언에 검찰은 “계속 검찰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는 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왜 그런 면피성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내부고발자를 조롱 하고 비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 미진한 수사와 반응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고까운 시선은 국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유교주의와 공동체주의와도 연관이 있다. 부패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냄새를 덮기에 급급한 내부인들은 고름을 짜려는 용기 있는 자에게 돌을 던진다.
  2011년 3월에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모양새의 내부고발자보호제도가 법률로 시행되었지만 우리는 제도의 효용성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아는 내부고발자의 피해자만 해도 김용철 변호사, 김영수 소령 등이 있다. 그 외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고 거대집단의 압력에 소리 없이 으스러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법이 존재하더라도 힘을 지닌 고름 앞에 정의는 무너지기 마련인가?
  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명언이다. 정화시스템 또한 중요하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양심선언은 개인의 욕심이 아닌 사회를 위한 커다란 용기다. 또한 그로 인해 부패를 척결하고 부패집단이 스스로 반성할 수 있다면 그 작은 목소리는 무엇보다 크고 값진 목소리 일 것이다.

전용언 (언론정보·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