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김태영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사회의 다음단계를 드림소사이어티의 시대라 예견한다. 감성이 이성을 너끈히 제압하고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보드리야르 역시 이미지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이미지로 인해 사고의 본질을 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감성 마케팅과 명품 브랜드가 시장을 꽉 쥐고 있는 현실을 돌이켜봤을 때, 앞선 얘기들이 결코 과장은 아닌 듯 싶다. 정치권도 이런 흐름을 일찌감치 이용해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미지 정치로 표밭을 일궈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지나쳐 정치인들이 정치력을 내세우기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미지를 남발하는 실정이다.
  2002년부터 실시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이미지 정치의 과열양상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제는 새누리당 홍준표 의원이 ‘홍그리버드’로 변신하고, 눈물짓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국민여동생으로 돌아오는, 마냥 웃지만은 못할 상황으로 번졌다. 물론 정치가 꼭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국민들의 구태정치에 대한 쇄신 요구가 진정성 있게 반영된 결과라고 보기는 힘들다. 단순히 기존의 정치인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통해 쇄신을 보여준다는 발상은 너무 가볍지 않은가.  
  정치권의 가벼운 행보는 신인정치인들을 대거 공천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10ㆍ26 재보궐선거에서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20ㆍ30대 유권자들의 힘을 확인한 정치권은 20ㆍ30대를 대변하겠다며, 우리의 요구인 쇄신을 이루겠다며 젊은 신인정치인들을 곳곳에 내세웠다. 구태정치를 젊은 기운으로 타파하겠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며 말이다. 하지만 지금껏 보여 온 그들의 행보는 결코 기존 정치인들의 대안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우선 젊은 신인정치인들의 역량은 전혀 검증 받지 못했다. 한 나라의 입법부이자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마냥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만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인가. 관록과 연륜,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성이 없다면 이를 대체할 무기를 꺼내야 한다. 그러나 젊은 신인정치인들은 생소한 이미지를 신선함으로 포장하기에 바쁠 뿐, 기존 정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도, 진정성 어린 신선함으로 어필하지도 못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갑의 박선희 후보가 토론 중에 제대로 된 질의응답도 못한 채 토론장을 뛰쳐나간 사건은 젊은 신인정치인들이 걷고 있는 얄팍한 이미지 정치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사회비평가 크리스토퍼 라쉬는 “정치가가 정치력으로 검증받기보다 대중의 인기를 의식해야 하는 인기인으로 변화하는 현상은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퇴행적 사회의 전형적인 징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이 보다 민생과 가까운 공약, 일회성 면피전략에 의한 포퓰리즘이 아닌 현실성 있는 공약으로 맞붙는 모습을 통해 진정성 있는 변화를 모색해야하는 이유다. 이미지와 네거티브만 남발하며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행보는 이 쯤 그치고, 유권자들 역시 감성보단 이성을 내세워 올바른 투표권을 행세하는 수준 있는 시민의식을 4월 11일에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