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그들을 위한다면

  우리학교 청소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되었다는 소식은 매우 긍정적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3월부터 단계적으로 인상되어 내후년까지 현실적으로 책정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노동자들이 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요구 수용을 주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홈페이지나 캠퍼스 내 서명운동 등의 활동을 통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몇몇 단과대들은 수고하시는 청소노동자분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편지를 쓰는 등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니 참으로 가슴 따뜻하다.
  그러나 캠퍼스 여기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를 보며 자칫 이벤트성으로 보이는 그러한 일련의 행위를 하기에 앞서, 실생활에서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그분들의 수고를 실질적으로 덜어드리는 일을 먼저 실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개강 이후, 캠퍼스 이곳저곳에는 동아리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는 학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회과학대학 언덕에서 백마교양관까지 이어지는 언덕은 홍보물 천지다. 그곳에 집중적으로 부착하는 걸 보니 그곳이 공식적인 홍보장소인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문제는 그곳뿐만 아니라 건물 벽과 나무들, 심지어는 길바닥 위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곳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홍보물을 붙인다는 점이다. 쉽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청테이프로 꼼꼼하게 마무리를 한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캠퍼스 잔디밭에는 봄을 즐기려는 학우들도 넘쳐난다. 음식과 함께 담소를 즐기는 그들에게서 대학생활의 낭만과 청춘의 멋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음식물 잔해, 신문지 등이 그들의 버려진 양심과 함께 놓여있다. 잔디밭 곳곳에는 흩뿌려진 주문배달 음식점의 전단지들도 있어 매우 지저분하다.
  이런 상황을 보면 과연 우리가 청소노동자들의 더 나은 근로환경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그들이 맞나 궁금증이 든다. 대학생이라는 지성인의 가면을 쓰고 앞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의 복지향상을 힘껏 외치고, 뒤로는 그분들에게 더 많은 근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벽과 바닥엔 청테이프로 도배된 포스터가 지천이고, 잔디밭엔 잔여물들이 널려있다. 강의실 책상 속에 가득 차 있는 쓰레기도 한 몫 한다. 몇몇 학우들은 ‘이런 게 그분들이 하는 일 아니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아무런 미안함을 느끼지 못할까봐 무섭기도 하다.
  쓰레기를 치워서 그 분들의 수고를 덜어드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앞장섰던 몇몇 학우들의 행동력과 서명 동참과 같은 적극적인 활동으로 그들의 목표는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이제 마땅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모두가 노력했던 목표의 열매가 익기도 전에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학우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를 사랑하는 것이 건강하고 깨끗한 캠퍼스 환경을 만드는 길이고 또한 우리가 외쳤던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일 것이다.

임재승(영어영문ㆍ4)

나누는 봄

  “봄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요새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많이 듣는 소리인 것 같다.
  봄은 아무래도 쉽게 오지 않는 듯하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한 달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일교차가 큰 날씨에 쉽사리 겨울옷을 정리하지 못하는 나다. 하루는 정말 따사로운 봄 햇살로 미소 짓게 만들더니 금방 무슨 변덕인지 쌀쌀맞게 불어 닥치는 바람으로 몸을 한껏 움츠리게 만든다.
  겨울이 지나간 건 분명한데, 봄이라고 단정짓기도 이상한 하루를 보내면서 겨울보다 더 겨울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독한 감기에 걸리기도 하고, 불어 닥치는 바람에 머리를 숙이고 걷기도 하고, 차가운 봄비에 어깨를 움츠리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겨울과 봄 사이’의 시기가 다가오는 봄을 더 소중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봄’이라는 단어에는 정말 갖가지 행복만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어떤 이에게는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계획했던 크고 작은 목표를 이루는 것이, 또는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봄이 찾아오기까지는 겨울이 지나고도 또 한 번 더 꽃샘추위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처럼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까지 여러 아픔을 겪고, 계획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듯이, 진정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 갖가지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듯이 말이다.
  정말이지 이 시기에는 독한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바람에 머리를 숙이는 것처럼, 차가운 봄비에 어깨를 움츠리는 것처럼 우리를 더 작아지게 만들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과정이 ‘우리의 봄’을 더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한 단련의 시기라는 사실이다. 꽃샘추위가 지나고 봄이 오면 우리는 감기를 이겨내고 더 건강해질 것이며, 숙였던 고개를 들고 웃을 것이고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길 것이다.
  이렇게 우리를 단련시킨 봄은 모두에게 더 큰 기쁨과 풍성함을 가져다준다. 모두를 들뜨게 하고 꽃을 피우고 스쳐가는 바람마저 상쾌하게 만들고, 맑은 하늘 아래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볕으로 우리의 미소도 더 밝게 빛나게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기다렸던 봄을, 인내와 움츠림으로 맞이했던 봄을, 그렇기에 더욱 찬란하고 아름다운 봄을 우리는 나눴으면 좋겠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떠한 봄을 누구와 함께 맞이할지 모르지만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비춰주는 아름다운 봄이 되었으면. 봄 햇살이 팔랑팔랑 나비를 춤추게 하고 봄비가 만물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것처럼 우리의 봄도, 꿈도, 인생도 모두가 모두에게 가치 있고 소중했으면.

김혜원(국어국문ㆍ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