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쓰레기섬 4대 해류가 만나 시계방향으로 느리게 소용돌이 치는 북태평양 환류 지역에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하나의 섬을 형성했다.

  2011년 2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한 편이 국제 해양학계를 술렁이게 했다. 논문 제목은 ‘북대서양 아열대 환류에서의 플라스틱 축적’. 미국 동부 앞바다에 엄청난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여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양학자들이 놀란 이유는 태평양뿐 아니라 대서양에서도 섬 모양의 해양쓰레기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해양쓰레기 문제가 전 세계적 환경 문제로 부상했음을 의미하는 순간이었다.

  제 7의 대륙 발견?
  1997년 캘리포니아 출신의 찰스 무어 선장은 항로를 잘못 들어 무풍대에 도착해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다. 텍사스 주의 2배, 한반도의 6배 크기에 달하는 이 거대한 대륙은 다름 아닌 쓰레기 섬이다. 해류와 바람을 타고 이동한 쓰레기가 모여 거대한 섬을 형성한 것이다. 이른바 거대 해양쓰레기장으로 하와이와 미 샌프란시스코 주 사이, 일본과 하와이 사이의 쓰레기 섬이 대표적이며 그 밖의 쓰레기 섬이 현재 십여개로 해양 곳곳에 분포돼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커지고 있다.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때 휩쓸린 주택과 타이어, 화학물질 등 각종 쓰레기 더미가 태평양을 거쳐 하와이 해변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학계는 쓰나미 쓰레기가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기존의 쓰레기 섬과 합쳐져 처음보다 밀도가 더 크고 단단한 쓰레기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돌고 돌아 인간에게
  파도와 바람에 의해 깎인 플라스틱 조각들은 해양 동물들에게는 먹음직스러운 먹이로 보이기 십상이다. 실제로 해양 쓰레기는 물고기와 조류에 의해 섭취됨으로써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8년 미국 서부 연안에서 잡힌 물고기 중 35%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됐다. 검출된 플라스틱은 평균적으로 2개였지만 물고기 한 마리에서 83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해마다 바닷새 100만 마리와 바다거북 10만 마리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는다고 보고됐다. 멸종동물인 바다거북의 경우 플라스틱을 한번 삼키면 토해낼 수 없는 소화기관 구조여서 특히 피해가 크다. 해양쓰레기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267종의 해양생물이 쓰레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바다 생명체들이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뗏목 삼아 본래 서식지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바다 생명체들의 서식지가 바뀌는 경우도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유발한다. 서식지가 바뀌게 될 경우 주변 생태계와 먹이사슬이 해체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해양쓰레기는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 플라스틱과 같은 잔류성 오염물질은 먹이사슬로 유입되고 영양단계가 증가함에 따라 그 농도 또한 증가하게 된다. 농도 짙은 오염물질이 축적된 어류는 곧 식탁에 오르고, 이를 섭취한 인간은 중금속 등 독성물질이 체내에 축적돼 암, 불임, 기형 등의 질병을 쉽게 앓는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해결방안은 없다?
  UNEP(국제연합환경계획)와 NOAA(미국 해양대기청)는 지난 2010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회의를 연 뒤 이른바 ‘호놀룰루 헌장’을 채택했다. 전 세계에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플라스틱 투기를 줄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호놀룰루 헌장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니지만 충분히 효과를 내기 어렵다. 각국 정부의 관심이 부족한데다 국가 간 입장을 조정할 수 있는 협의체가 마련되지 않아 강제성을 부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가 쓰레기 섬에 대한 처분을 미루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쓰레기 섬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견고화 되고 있다. 이에 국가 차원에 앞서 개인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일회용품 적게 쓰기, 분리수거하기 등의 작은 실천이 쓰레기 섬의 확대를 막을 수 있는 첫걸음이다.
  쓰레기 하나쯤은 던져버려도 괜찮을 것 같은 바다는 이제 하나 둘 버린 쓰레기들을 다시 토해내고 있다. 인류의 무분별한 자연훼손과 난개발로 자연은 자생적인 치유력을 잃어가고 그로 인한 피해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전 세계인의 끊임없는 관심이 요구되는 때이다.

이현지 기자
hyunjida13@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