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기 매니아로 알려진 가수 이효리가 ‘채식주의자’로 선언하면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영화배우 송일국, 개그맨 김제동 등도 유명한 채식주의자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채식주의자는 없을까? 우리나라에서 채식을 한다는 것은 ‘유별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에 소수자로 소외될 때가 있다. 하지만 채식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꿋꿋하게 지키는 한 청년이 있다. 서울의 한 채식카페에서 채식주의자 강대웅(31) 씨를 만나보았다. 

  강대웅 씨는 14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 채식주의자이다. 그는 현재 영어강사와 청년생태모임 그린코스모스, 고기 없는 월요일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16년 동안은 ‘육식인’이었다. 그것도 그 누구보다 고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어릴 적 고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으려 했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던 그가 14년째 채식주의자로 살아오기까지에는 슬럼프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그 슬럼프를 종교적 명상을 통해서 극복했는데 명상 중 하나가 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관련된 채식에 관한 내용이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채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채식주의자중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비건이다. 우리나라의 채식인구는 3%, 그중 완전 채식 인구는 1%미만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1%의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식단을 짜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골라먹으면 된다.”며 “고기를 먹는 자리라면 다른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때 상추에 쌈을 싸서 먹으면 되고 또 된장을 시켜 비벼 먹으면 된다.”고 했다. 또 “최근 채식음식점이 많이 생겼다. 전국적으로 500여개가 있다.”며 “‘채식’하면 채소만 생각하는데 엄연히 ‘곡채식’이다. 다양한 곡류와 채소, 과일로 다채로운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씹어먹는 고기의 식감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위해 콩으로 된 고기를 만들어 고기를 사용한 음식까지도 만들 수 있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점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과 오해라고 한다. 채식주의자의 단계라고 알려진 피라미드형 분류도 오해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런 분류법은 잘못되었다. 상하위 개념이 아니다. 모두 개인의 신념과 편의에 따라 나누어진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개념”이라고 했다. 피라미드 구조는 채식주의자 내에서의 상하위 개념 뿐만아니라 일반 육식을 하는 사람은 제일 하위 단계라는 위험한 오해를 심어주기 쉽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오해는 육식과 채식이라는 이분법이다. “‘육식vs채식’의 구도에서 벗어 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모두의 건강한 식문화’이지 ‘육식이냐 채식이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채식’은 채식주의자의 문제 또는 선택 이라기보다는 ‘모두의 건강한 식문화’라는 큰 틀 안에서 ‘육식 줄이기’라는 측면과 함께 묶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식이 영양적으로 문제없고, 환경적으로도 좋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상식차원의 정보이다. 남은 것은 심리적 장벽이다. 육식과 채식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를 위한 건강한 식문화를 추구해야 할 때이다. 채식에 대한 오해를 넘어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서 일주일에 하루, 혹은 한 달에 하루라도 채식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현지 기자 hyunjida13@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