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풍자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풍자에 대한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은 이러한 열풍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풍자의 바람 앞에서는 세대나 장르의 구분은 모두 무너진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사회풍자 개그코너인 ‘대통퀴즈’는 기성세대들의 엄청난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은 운수대통과 전·현직 대통령의 의미를 조합한 단어로 이명박 대통령(MB), 김영삼 전 대통령(YS), 전두환 전 대통령(DH)을 흉내내는 개그맨들이 등장해 티격태격하며 문제를 푼다.
  단순히 TV나 라디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로의 연극, 길거리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서도 이제는 일상적으로 차가운 현실을 비꼰다. 이처럼 풍자는 말 그대로 대세가 돼 지금도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시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현재의 풍자 열풍에 대해 정확히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 하재근, 정덕현 문화평론가와 함께 최근에 뜨겁게 불고 있는 풍자 바람의 속을 들여다본다.
  이렇게 풍자가 사랑을 받고 있는 까닭은 차갑고 답답한 시대적 상황에서 비롯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풍자란 현실을 빗대서 만들어내는 웃음의 한 코드이기 때문에 최근의 사회 현실과 관련 있다.”며 “출구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 양극화, 팽배한 관료주의 등이 풍자의 소재가 되며 꽉 막혀버려 바뀔 것 같지 않은 세상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이 극에 다다랐다. 그런 답답한 세태를 풍자하는데서 사람들은 시원함을 느끼고 열광을 하는 것”이라며 그는 “풍자는 코미디가 예능과 차별화 될 수 있는 요소다. 실제로 지금까지 코미디가 침체되어있던 원인 중에 하나는 예능 프로그램의 선전인데, 그런 점에서 풍자는 코미디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에는 에둘러 풍자를 했다면 최근에는 좀 더 직설적이고 과감해졌다.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같은 코너가 대표적이다. 전래동화를 들려준다며 심청이와 춘향이에게 “이뻐”를 연발하는 쌍칼 선생이나 “학비가 없으면 일년 내내 최저시급만 받으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된다.”며 친절하게 알려주는 일수꾼 선생의 직설적인 비판은 그 자체로 통쾌함을 준다. 그만큼 답답한 사회 현실 자체가 풍자의 소재이자 효과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기존까지는 막연하게 ‘썩었다’고 비판했다면 최근에는 더욱 기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인 풍자의 방향성이 두드러진다.”며 “개그맨들은 아예 ‘나는 풍자를 할거야’라고 작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풍자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최근 경향은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은 하나의 동지 의식을 갖게 만드는 흐름으로 이어진다.”며 “대표적으로 ‘애정남’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자잘한 면들을 보여주면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KBS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

  풍자의 생산주체가 유명인이나 개그맨을 넘어서 일반 대중들로 옮겨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예컨대 얼마 전에는 ‘국내 최초 20대 헌정 방송’이라는 타이틀을 단 ‘나는 껌수다’라는 인터넷 방송이 등장했다. 이 방송은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 한 인터넷 방송으로 20대들이 중심이 되어 ‘대학평가’, ‘대학언론사 탄압’, ‘우리에게 예술이란?’, ‘박원순 시장에게 바란다’등 주제를 20대의 시각으로 다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패러디도 하나의 풍자”라며 “따지고 보면 ‘나는 꼼수다’도 ‘나는 가수다’ 같은 제목에서 패러디를 한 것이고 이제는 그것이 ‘나는 껌수다’로 가고 있다. 이는 풍자의 전파 경로를 잘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어서 “풍자는 패러디 같은 방식을 통해 복제되고 퍼져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더 창의적인 것들이 덧붙여지면 이러한 풍자의 효과도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풍자 개그의 영향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현실이 아무리 냉혹해도 삐딱선을 타는 사춘기 아이들처럼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면 정치적 냉소만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풍자라면 정치적 무관심을 유발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발전적이고 비전이 있는 비판을 안고 있다면 오히려 정치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풍자적인 요소들이 지나친 냉소주의를 조장할 수도 있지만 현실의 불합리한 부분들을 꼬집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주의환기야말로 풍자가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풍자는 근본적으로 사회적으로 특정한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풍자 코너를 즐기는 것까진 좋지만 줏대 없이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풍자에 대한 열광과 환호의 유효기간을 얼마나 될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상태에서는 이러한 풍자 열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문화는 기본적으로 사회를 반추하고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가 존재하는 한 풍자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ji905@cnu.ac.kr